영화_포미니츠
얼마전 뮤지컬 포미니츠를 본 후 깊은 여운을 안고 돌아왔다.
내 뮤지컬 후기들을 자주 읽었던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뮤지컬 포미니츠에 대한 후기는 내가 쓴 글 중 보기 드물게 굉장히 감정적으로 쓰여진 글이라고들 평했다.
며칠이 지나자 뮤지컬의 감흥이 옅어지는 것이 싫었다. 아무래도 최근들어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로 스스로를 빠뜨리고 싶어하기 때문인듯 싶다. 그래서 원작인 독일영화 포미니츠를 넷플릭스에서 찾아냈다.

뮤지컬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등장인물과 비교적 친절한 설명과 공간의 이동으로 인한 화면의 풍부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도 역시 잔잔한 듯 하지만 강렬한 수작이었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루카우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크뤼거선생의 모습은 영화와 뮤지컬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
뮤지컬에서 크뤼거 선생은 오직 음악에만 파묻혀 지내며 음악적 자존심으로 뭉쳐있는 슬픔 가득한 인물이란 인상이었다면 영화 속 크뤼거 선생은 보다 더 완고하고 고지식하며 편견에 갖힌 사람으로 보였다.
극중 뮈체가 크뤼거 선생에게 선생님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라는 말을 할 때 뮤지컬에서는 좋은 사람인데 왜 저런 말을 하지 싶었다면, 영화에서는 뮈체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포스터에서도 , 뮤지컬에서도 그리고 영화에서도 뒤로 수갑을 찬 제니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제니가 자신의 손을 가꾸고 건반을 그려 연습하는 장면이었다.
같은 방을 쓰던 죄수의 장례식에서도, 이 연습장면에서도 실은 제니가 얼마나 피아노를 사랑하는지 느껴졌다.


뮤지컬에서 인상적이던 왈츠장면의 느낌은 조금 달랐다.
뮤지컬은 피아노를 매개로 한 제니와 크뤼거선생이 연대하며 성장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중의 한 장면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색이 조금 달랐다.

피아노 경연대회의 결선 이틀전, 제니에게 이루어진 옹졸하고 잔인한 테러에 슬픔을 억누르며 피아노치는 크루거선생의 모습과 분노와 단호함은 뮤지컬의 그것보다 강력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선무대에 오른 제니의 마지막 연주
역시나 강렬하고 아름답다.
숨죽이고 치솟아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봤던 뮤지컬의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연주를 마친 제니가 체포되면서 보여주는 미소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이 영화는 뮤지컬처럼 재능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능을 가졌다는 건, 또 다른 비극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뮤지컬과 영화는, 대사나 전개가 거의 비슷한데 영화가 던지는 느낌이 좀 더 명확하다는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경연대회를 앞두고 영화에서는 크루거선생이 했던 대사를 뮤지컬에서는 제니가 한다.
이 부분만큼은 뮤지컬의 선택이 더 제니스럽다고 생각된다.
뮤지컬의 수하제니를 더 가까운 위치에서 한번 더 만나러 가기로 했다. 한번 더 만나러 가야만 하겠다는 생각과 보고싶단 생각이 다시 한번 혼공의 시간을 가지게끔 이끌었다.
잊혀지는게 너무나 아까운 감동을 준 공연이 뮤지컬 포미니츠였다. 다시 한번 깊이 느끼고 와서 천천히 잊어야 겠다.
#영화_포미니츠 #피아노 #독일영화
#네_게으른_몸뚱이를_일으켜서_움직이는_거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