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뮤지컬

연극_개의 심장

쇼코&베로 2021. 8. 1. 18:55

#공연후기
#개의심장



고양시 어울림누리의 별모래 극장에서 딱 3일만 공연하는 연극 개의 심장을 관람했다.
자유로운 예술가를 꿈꾸었다는 러시아의 소설가 미하엘 불가꼬프의 동명 원작을 각색했다고 하는데 사실 불가꼬프라는 작가도 작품명도 생소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보겠다는 생각을 한건 시놉시스가 맘에 들어서이다.


시놉시스를 보면서 조건반사의 대표실험 파블로프의 개가 떠올랐다.
음식을 줄 때마다 종을 울리면, 종만 울려도 침이 나온다는 실험을 얘기로만 들으면 그냥 그렇구나 싶지만, 실제 실험과정은 지나치게 잔혹해서 경악하게 되는 실험이다. 그리고 그 시절 러시아에서는 인간의 탐구라는 목적으로 개들에게 잔인한 실험들을 어마무시하게 저질렀다.
그래서 연출의 말을 읽기 전까지는 동물을 학대하는 인간의 악행을 보여주는 극인가 생각했다.


무더운 가운데, 스콜과 같은 소나기가 드문드문 뿌리는 8월의 첫날 어울림누리에 도착했다.


극이  시작되면  사나운  바람소리가  들린다.
시위대와  진압대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나는  무대위에는  지저분한  개  한 마리가  있다.  
떠돌이로  보이는  그  개는   사람과  다른  개들에게  공격받고  죽어가던  중   자신을    샤릭이라고  불러주는  의사인  필립  박사의 아파트에  들어오게  된다.
필립박사는  떠돌이 개들에게  방금  사망한  사람의  뇌를  이식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샤릭은  알콜중독의  전과자의  뇌하수체와  고환을  이식받게  되고, 수술  이후  2주만에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그 이후, 샤릭이 보여주는 행동은 개XX라는 용어에 걸맞다.
필립 박사는 샤릭을 보며 창조주의 책임감으로 지쳐가고 보조의사아 보르멘딸리는 분노하고 지나와 아파트 주민들은 불안에 떤다.

그 와중에 오히려 샤릭을 이용하려는 정부관계자들의 모습은 또한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개의 심장이 문제라는 젊은 보르멘딸리와 인간의 뇌가 문제라는 늙은 필립의 대립 중 샤릭은 코트를 차려입고 신부감까지 데리고 나타난다. 극은 파국으로 치달았다가 한 순간에 마무리되는데 그 호흡과 연출이 매력적이었다.


중간중간 러시아어로 얘기하는 부분 외에도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아쉽긴 했지만 극의 흐름은 따라갈 수 있었다.

개 샤릭역을 맡은 이의령 배우님과 필립박사역을 맡고 연출까지 맡으신 전중용 배우님의 연기가 뛰어났단 건 커튼콜때의 박수로 입증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의사 보르멘딸리역의 김태훈 배우님의 연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감정의 표현, 동작, 딕션 모든 부분에서 눈길을 사로 잡으셨다. 초반에는 붕붕 뜨는 느낌으로 연기하다 샤릭의 밤중 침략? 이후 차분한 톤이 되는 지나역의 김지유 배우님 역시 매력적이었다.

마냥 무거울 것 같았지만 중간중간 실소를 유발시키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큰 박수를 보내게 만든 연극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물어본다.
개의 심장이 문제일까 사람의 뇌가 문제일까...



<사진설명: 몸에 구멍이 뚫린 채 관찰받는 개, 관찰자 파블로프
그리고 죽어간 개들>


<기획사로부터 티켓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개의심장 #연극 #극단_바람처럼 #어울림누리_별모래극장
#샤릭_이의령 #필립_전중용 #보르멘딸리_김태훈
#지나_김지유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