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24일 관람>
명절 전날..
혼자 영화보는 시간을 가졌다..
궁금했던 작품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아직 극장에 걸려있기에 기쁘게 달려갔다...
여성퀴어영화라는 것과 화가가 등장한다는 두 가지 정보만 있었다. 상영하는 극장과 상영회차가 적기 때문인지 의외로 관객들이 많았다....나처럼 혼자 온 사람보다는 모녀끼리, 친구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대가 궁금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의 제약이 많던 시대..딸을 수녀원에 가두어 키우다 , 결혼 할 무렵에 외딴 섬에 있는 저택에 데려다놓는 시대..전기도 사진기도 없던..시대..화가가 등장해서 그림을 그리니 물감은 등장하는데 튜브로 짜는지 아닌지 보여주지도 않았다..담배가 등장하고 비발디의 사계가 연주되는 시대이니 18세기 이후겠거니 짐작만 될뿐이었다..
화가 마리안느는 밀라노에 있다는 정혼자에게 보낼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외딴 섬의 귀족가의 별저(라고 추측한다)에 온다..그러나 이미 귀족집안에선 초상화그리기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밀라노에 있다는 것만 아는 정혼자와의 결혼이 싫었고 언니의 죽음으로 인해 분노를 쌓아두었던 엘로이즈는 포즈잡기를 거부해 이전에 초빙한 화가는 얼굴한번 못 보고 돌아갔던 것이다...그래서 마리안느는 산책친구로 먼저 접근한다..
엘로이즈는 몇년동안 달려보는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도서관이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모두가 평등한 관계에 있던 수녀원의 생활이 평온하고 좋았다고 한다..
처음 마리안느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본 엘로이즈는 그 그림을 거부하고 마리안느는 신경질적으로 엘로이즈의 얼굴을 지운다...
남은 5일의 시간..
저택에는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와 하녀 소피 ..세 사람만이 함께 지내며 우정과 연대의 시간을 보낸다...함께 게임을 하며 책을 읽고 소피의 힘겨움을 나눠 가지는 도중..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사랑에 빠지고..여느 연인과 다를바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들을 겪는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시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영화이기에 감정선의 변화가 당황스럽거나 하지 않는다..오히려 영화는 내내 우아하게 그들의 감정과 시선과 풍경을 담아낸다..
오르페우스 신화를 이야기하는 세 여인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아무리 사랑에 빠져도 뒤를 돌아봐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뒤를 돌아본 오르페우스가 미련했다는 소피..
사랑하는 아내를 이끌고 나오면서 연인이 될 것인지 시인으로 남을 것인지 중에서 시인이 되기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마리안느..
오르페우스에게 아내인 에우리디케가 돌아보라고 말했을 것이라는 엘로이즈...
그저 별자리로 ,그리스신화로만 알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이야기 ..둘 다 맞는것 같다..
퀴어영화이면서 평등을 이야기하는 영화였다..
하녀인 소피는 수를 놓고 귀족영애인 엘로이즈가 음식준비를 하고 마리안느가 가운데에서 술을 마시던 장면이 그리고 마을 축제에서 여성들만의 화음으로 부르는 노래가 참으로 좋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음악회에 참석한 엘로이즈는 지나간 사랑의 추억으로 눈물을 흘리는 건지 아니면 처음 접한 관혁악의 감동에 눈물을 흘리는건지..알 수 없었지만...여운이 길게 남았다..
프랑스영화이니 뒤에 따로 붙는 쿠키영상같은게 없음에도 극장안 어느 누구도 쉽게 일어서지 않았다...
우아한 분위기와 감정을 도도하게 움켜진 이 영화가 2시간짜리였음을 극장을 나오고서야 깨닫고 살짝 놀랬다...
섬세하고 깊이있는 영화..분위기와 감정만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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