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시리즈를 좋아한다..
그 얼굴 긴 남자가 저음의 목소리로 다다다다 증거와 이론을 쏘아대는 장면이 참 좋다..
이 책도 비슷하다
사건에 대해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객관적으로 식물과 식생환경을 조사하여 범인과 범죄상황 그리고 시체가 있는 장소들을 찾아내는 과정을 차분히 그리고 있다..
책의 저자인 퍼트리샤 윌트셔는 우리에겐 생소한 직업인 "법의생태학자"이다..
젊은 시절, 채링크로스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저자에게 첫 남편이었던 당시 남친이 여자다운 일을 하기를 권해서 건축회사에서 비서직과 코카콜라등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동물연구하는 일이 여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 이야기한 1940년대에 태어났을 그 남자분의 두뇌구조가 궁금해졌다..
일반 회사의 기계적 일상에 지친 그녀는 20대후반에 식물학을 배우기 위해 다시 대학에 들어갔고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즐겁게 식물학을 공부한다..
고식물학을 공부하던 그녀는 꽃가루,포자를 연구하는 화분학자가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50대의 나이에 살인사건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그때부터 70 이 넘은 현재까지 그녀는 학자로 법의생태학자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십대 소년,소녀가 엇갈리는 주장을 하는 강간사건, 미라화되어 발견된 시체가 살해당한 곳을 찾거나 경찰이 범인은 잡았지만 사체를 찾지못한 경우, 때로는 환각버섯과 환각물질에 빠져 사망한 남성의 사망원인을 찾아야 할 때, 그녀의 전문적 지식이 빛을 발한다..
게다가 저자는, 그녀의 일을 제대로 이해하는 (심지어 나조차 이름을 알고 있을만큼 생물학분야에서 유명한) 영민하고 스마트한 남자와 60 대의 나이에도 새로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멋진 언니이다.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아가서 크리스티의 할머니 탐정 미스마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데..조금 결이 다른것 같다..
흔히들 한국음식은 준비과정이 매우 복잡한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고들 한다..경험해본 사람으로 생물관련 실험들도 명절음식 못지않게 준비과정이 복잡하고 많다..실험과정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다..이런 과정을 묵묵히 때로는 창의적이고 현명한 방식으로 수행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들은 위대해보였다..
P9 / 당신이 살인자라고 상상해보자. 희생자를 남기고 온 장소에서 언제인지 모르게 딸려 와 당신이 어디를 가든 지니고 다니는 흔적이 있다면 무엇일까
P100 / 꽃가루와 포자가 누군가 그것과 접촉했음을 명백하게 알려줄 뿐 아니라, 훨씬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사실이다.
P235~ / 세계 각지에는 방사성동위원소 형태로 자체적인 방사능 서명이 있고, 이것 덕분에 우리는 당신이 태어난 이후의 지리적인 움직임을 추척할 수 있다. 치아는 당신의 출생지를 알려주고, 대퇴골은 10년마다 뼈의 성분이 뒤바뀌기 때문에 지난 10년안에 당신이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알려준다. 머리카락과 손톱에는 당신이 최근에 방문한 장소에 관한 지리적인 정보가 담겨있다. ~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때 우리의 몸은 공기를 마신 위치의 지리적 흔적을 간직한다.
P306 / 나는 항상 사실에 국한해야 하고,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질문만을 던져야했다.


위와 같은 작가의 직업적 지식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도 공감되며 좋았다.
P191/ 지난 날 예술 작품과 시에 가득한 죽음의 낭만은 새빨간 거짓이다. 우리는 그저 생명이 없는 피와 살과 뼈가 될테고 몸을 작동시키는 놀랍도록 복잡한 작업이 멈추면서 죽음을 맞는다.
P192 / 삶은 어렵고 복잡하며 확실히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시나브로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사후세계를 믿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유전자를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논리적으로 유일한 사후세계다. ~ 아마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헌신적이고 심지어는 근본주의적인 무신론자이리라 생각한다. 또한 인간은 화학과 물리학의 원리에 따라 존재하며 우리의 물리적인 존재는 언제나 그랬듯이 재활용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이 구절을 다 읽은 후 내 입에서 "아멘"이 나왔음을 고백한다. 상당히 모순적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P311 / 모든 사람에게 지옥은 개인적인 것이며, 각자를 불편하게 하는 공포로 이뤄졌다는 것이 내 견해다.
외할머니에 대한 사랑,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너무 일찍 떠나보낸 아이에 대한 이야기등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들도 이 책안에는 들어있다..
P280 / 이제 와 유일하게 후회되는것이 있다면 아이를 더 빨리 죽게 내버려두지 못 했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아이는 그렇게 많은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읽는 내내 랩걸이 연상되었다
연구실적이나 경력 그리고 사회공헌도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 뛰어나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으나 후발주자라는 특성상, 식물을 연구대상으로 하면서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스타일이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랩걸에 비해 매우 덤덤하게 쓰여졌다..그리고 랩걸은 주로 나무를 이야기하고 챕터에 따라연구와 사생활이 분명히 나뉜다면 이 책은 그렇게까진 구분되어지지는 않고 주 대상도 나무가 아닌 꽃가루와 포자 및 균류 그리고 시체들이다.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서로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책들이다..
개인적으로 읽어나갈수록 매우 흥미로웠던 내 취향의 책이다.
#꽃은_알고있다 #퍼트리샤_윌트셔 #김아림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식물학자 #법의생태학자
#모든_접촉은_흔적을_남긴다
#나무연결망 #세균으로_이루어진_소우주
#모든사건은_독특하며_그렇게_취급되어야_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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