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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끄적거리는 것들

단상...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던 중..

by 쇼코&베로 2022. 3. 13.


#단상
#이어령의_마지막수업을_읽던중...




가까운 어르신 두 분이 암으로 투병하시고 돌아가시는 전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었습니다.

한 분은 제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삼촌이세요... 제게는 언제나 삶의 모델이 되어 준 자랑스러운 분이셨죠.... 그런 삼촌이었는데..치료의 마지막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리셨죠... 그 모습이 마음아파 울기만 하던 저에게 사촌 언니가 남은 사람들에게 정을 떼기 위한 과정이라며 달래주었더랬습니다.....

다른 분은 시아버지였습니다. 사실 마냥 고분고분하거나 살갑지는 않은 성격이라 데면데면한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4년의 기간동안 환자와 보호자로 지내면서 모두들 놀랄만큼의 전우애를 가진 하나의 팀이 되어 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 힘들어는 하셨어도 꼿꼿함과 치부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자존심을 지키셨고 저는 삼촌때와는 다른 종류의 슬픔 속에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삼촌보다 시아버지의 상이 먼저였습니다.
화장장에서 하얗던 시아버지의 뼈들과 달리, 독한 방사능 치료로 뼈까지 녹색으로 변해버렸던 삼촌의 뼈들을 보면서 너무나 큰 슬픔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두 분 다 폐암이셨는데 돌아가시기 두어달전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죠....


시대의  지성이라는  이어령 교수의  사망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날,  각종언론과  sns에서는  시대의 지성이  사라졌다면서  추모의  글들이  올라왔고   저 역시   추모의  글을 적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어령교수의  글들에  항상  지지만  보낸건  아니었습니다...   재벌그룹  장학생이란   소문도  있었고  건방지게도,  실제  가진   것보다는    부풀려져  있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는  있었습니다.  그라나   저보다  이 사회에  그  분이  끼친  선한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되었기에,  추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이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있습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연상되는  인터뷰집입니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이어령 교수이기에 무신론자인  저에게는  사실   거북한  지점도    있고  어느  지점은  반대하고  싶기도 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동의하기도 하면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31페이지의  이  대목은  참으로  뭉클해지고  먹먹해졌습니다...

• 인간은 암 앞에서 결국 죽게 된다네. 이길 수 없어....하고 싶은 일을 다 해내가면 그게 암을 이기는거 아니겠나. 방사능 치료받고 머리털 빠지며 이삼 년 더 산다 해도 정신이 다 헤쳐지면 무슨 소용인가. 그 뒤에 더 산건 '그냥' 산 거야. 죽음을 피해 산거지.....p31


이어령 교수는 글씨쓰는 사람과 글쓰는 사람을 혼동하지 말라고 하며 에고이스트만이 글을 쓸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냥' 살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살겠노라 다짐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나를 제대로 사랑하며 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고민하며 그리고 글을 쓰는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겠다구요...

마치 독재자처럼 지독하게 에고를 견지하며 고운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