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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끄적거리는 것들

끄적거리기 _왼쪽길에서 오는 남자

by 쇼코&베로 2024. 2. 7.

ㅡ 왼쪽 길에서 오는  남자

지금 사는  곳의 가장  좋은 점은  1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산책하기 좋은 비교적 큰 규모의 공원이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 공원은 무조건 한방향으로 걸어야 했다.  이해를 하면서도 답답한 시절이었다.
걸어야 할 방향은 우측통행이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는  온  나라가 좌측통행이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미국을 따라  자동차의 핸들을  왼쪽에 장치한 나라이고 빨갱이와 좌파가 제일 나쁜 놈이던 시절이었는데 말이다. 길의 흐름을 왜 왼쪽으로 흐르게 했는지 신기하다. 심지어 그 시절에는  오른 손을  바른 손이라고 불렀는데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 우측통행으로 바꾸자 어린 마음에  뭔가가  제대로 자리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오른쪽으로 뭔가를 해야 편리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던 것 같다.

다시 코로나 시절,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이었다. 마스크를 꼼꼼히 썼고 예비 마스크까지 준비했다.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신경쓰며 걸었다.  그런데 간혹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을  보게 된다.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은  (굳이) 삿대질을 해가면서  왜 거꾸로 걷느냐  화를  낸다.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고 무슨 상관이냐며 함께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도망치듯 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의 시선은 도망치듯 가는 사람들을 향한다.
' 아마도 실수로 반대방향으로 걷다가 뒤늦게 깨달았겠지. 방향을 돌리기엔 운동한 내용이 아까우니 그냥  가기로 했을꺼야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점점 소심해졌는데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을 만나서 당황스럽겠다 '...혼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남의 실수에 쉽게 화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러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본인의 실수에는 겨우 그까짓 일로 그러냐고 또 목소리를 높인다.

항상  목소리가 작던 나는  실수로 좌측보행을 하다가 한 소리를  듣고 당황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빨리 지나쳐가길 바라게 된다. 거창하게 말하면 측은지심을 느끼는거다.

오늘  서울 예대의 문창과 실기에서  시제로  '왼쪽 길에서 오는  남자'가 나왔다는  얘길 듣자, 이런 생각이 떠오르며 끄적거린다.
챗gpt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시작한다.



아마도  입시생들의 글은 더욱 기발하고 멋질 거다. 내가 쓴  이런 글은  당연히 커트라인을 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자신할 수 있는 건 한가지 있다.
왼쪽 길에서 오는 사람을 보며  이런 마음을 느끼는  일은 20대 초반의 아이들에겐 없을 것이다.
써놓고 보니 자신있어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내가 나이먹었음을 , 오지랖이 넓어진 것을  한번 더 확인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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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들이그리는_글쓰는과학쌤_책읽는과학쌤의이미지란...#콜라에취한마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