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재벌3세였다.
그러나 그저 학교 한문선생님이셨던 친할아버지와 쌀집 주인이던 외할아버지는 성실한 소시민으로 사셨기에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내 꿈이 좌절이 되어서 가장 큰 애로점은 책에 대한 나의 사랑이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과거의 연인이었던 어떤 이는 나에게 책을 신성시하는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책을 읽을 때 접거나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지 않는다. 포스트잇과 다이어리를 이용할 뿐이다.
책을 좋아하는 애서가일 뿐 아니라 책을 모으는 장서가다. 재벌 3세가 되지 못한 나에게 장서가의 길은 험난하다.
종이책을 열심히 사 모으면 결국 문제는 부동산으로 귀결된다. 영화평론가 ㅇ 처럼 , 뇌과학자 ㅈ처럼 근사한 서재를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32평짜리 구축 아파트 1층에서 책들과 함께 살아가는 걸로 만족하고 있을 뿐이다.
4년전까지는 그래도 정리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장들은 책을 토해내고 집에는 통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나에겐 다른 기다림이 생겼다.
어딘가에서 나는 모르지만 나에게 재산을 물려주실 친척할머니가 한 분은 계시지 않을까 하는 기다람이다.
할머니가 등장하시기 전까지는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대체해야 하는 걸 알고 있다.
종이책의 매력이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책으로의 기능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전자책은 어쩐지 정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재벌3세도 아니고 아직 먼 친척 할머니가 등장하지 않으셨기에 난 오늘도 테블릿으로 책을 읽으며 핸드폰으로는 전자책 단말기를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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