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에 창간되어 TV의 등장 이전까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잡지 라이프는 가장 성공한 잡지로 기억된다고 한다. 라이프잡지에 실렸다는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사진이라 평가받았고 그래서 라이프 사진전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어느새 세번째로 열리는 라이프 사진전을 다녀왔다.


전시장 입구...
아름다운 그레이스 켈리의 옆모습이 압도하고 있다.
티켓팅과 문진표, QR인증...코로나시대의 필수코스를 거쳐 입장

라이프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익숙한 사진들도 많다.
그야말로 교과서와 역사책에서 봤던 사진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이 멈춰진다.
최초의 소아마비 백신 접종장면이나 자신이 총애하던 사진사가 유대인임을 알게된 직후 일그러진 괴벨스의 얼굴, 그리고 고혈압에 의한 뇌종양으로 쇠약해진 루즈벨트가 스탈린에게 선물보따리를 안긴 얄타회담과 눈물겨운 프라하의 봄까지....역사적 자리를 지켰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사진전의 정석같은 배치였다.
위 사진들처럼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진들도 있지만 사실 사진옆의 제목이나 해설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무하마드 알리가 찍힌 사진.

사진 옆의 해설은 이렇게 쓰여져 있다.

사진과 해설만 보면 알리가 주인공인 사진이다..
그러나 오디오 해설을 들으니 조금 달랐다.
쓰러져있는 저 사람, 소니 리스턴이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르는 사진이었다.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감옥을 들락거린 소니 리스턴은 어린 시절의 잘못을 계속 사과하며 세상의 편견과 싸우다가 짧은 영광을 뒤로 하고 쓰러지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쓰러져 있는 소니 리스턴은 저 순간 얼마나 외로울까싶었던 장면이었다.
실소가 나온 사진도 있었다.
일주일간 해야할 집안일을 몽땅 찍었다는 사진이다.
가사노동의 힘겨움을 말하는 듯한 사진인데..

사진 속 여자의 완벽한 헤어와 메이컵, 그리고 환한 미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라이프지도 저런 주부상을 강조했었나 싶어졌다.

지하 1층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반참에는 비틀즈, 루이 암스트롱과 같은 음악가들의 사진이 보여진다.
분위기를 바꾸고 환기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배치라 신선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만난 내가 사랑하는 카잘스
우울할 때마다 나를 위로해주는 것이 카잘스의 무반주첼로연주곡이다.
위대한 연주가의 사진앞에서 짧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커튼을 통해 1층 전시관으로 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사진은 아래 사진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릴라이지만 철근 콘크리트와 타일바닥, 유리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홀로 살아가야 했던 삼손.
유리창을 두들기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했다던 이 거대한 고릴라의 사진이 참으로 쓸쓸해 보였다.
솔직히 이제는 구도적으로 잘 찍은 사진이라고는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35미리 카메라가 처음 세상에 나온 그 시절에, 라디오외에는 딱히 소식을 전하는 미디어가 없던 시절.... 그야말로 포토리얼리즘의 정신에 입각하여 여러 사실을 왜곡없이 전하려 한 그 정신과 그 시대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과 영향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디지털의 시대에도 아날로그의 힘은 여전히 있겠지만 이젠 그것이 꼭 라이프지이지는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전시를 보는 내내 들었다.
체게베라의 사진을 보며 감탄하는 세대는 우리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

지난 두 번의 전시회와는 달리 이번 전시회에서는 쇠락해서 은퇴를 준비하는 배우의 무대를 보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그레이스 켈리의 사진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라이프지와 전성기를 함께 보낸 전설의 여배우를 , 이젠 알아봐주는 사람이 점점 줄어가는 쇠락해가는 미디어인 라이프지가 몹시도 그리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퇴장해야할지도 모르는 라이프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라이프_사진전 #더라스트프린트
#세종문화회관_미술관 #아날로그의_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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